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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 요청 많다" 입장 정리 계획인 선수협, KBO와 갈등 격화하나 [IS 이슈]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Automatic Ball-Strike System)을 둘러싸고 한국야구위원회(KBO)와 프로야구 선수들의 갈등이 격화할 조짐이다.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 관계자는 29일 본지와 통화에서 "선수들이 선수협 차원에서 대처해 달라는 요청을 한다"며 "ABS를 둘러싼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입장 표명을 비롯한 다양한 대응 방법을 고심 중"이라고 밝혔다. 선수협은 이른 시일 내 관련 입장을 정리할 계획이다.지난달 13일 김현수(LG 트윈스) 선수협 회장을 비롯해 각 구단 주장과 대의원 등 선수 총 23명이 모인 자리가 있었다. 선수들은 이 자리에서 "(ABS와 관련해서) 4월까지 지켜보겠다"며 입장을 유보한 바 있다. 그 사이 선수들 불만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지난 28일에는 인천 SSG 랜더스전에 앞서 내야수 황재균(KT 위즈)이 공개 반발했다. 이틀 전 경기에서 ABS 판정으로 삼진당하자 이에 격분, 헬멧을 집어 던져 퇴장당한 황재균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어서 항의했다. 선수들과 충분한 상의 없이 (KBO가) ABS를 성급하게 추진한 거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수가 KBO 운영에 관련한 인터뷰를 자처하고 공개적으로 불만을 토로한 건 전례를 찾기 힘들다. 2006년 입단한 황재균은 프로에서 20년 가까이 뛴 베테랑. 그는 "난 원래 공 판정에 좀처럼 항의하지 않는다. 그런데 프로 데뷔 후 한 번도 당해본 적 없는 퇴장을 이번에 당했다"며 억울해했다. 같은 날 이강철 KT 감독은 "ABS가 공평하지만, 현장의 공감은 받지 못하고 있다"고 선수를 옹호했다.보이지 않는 갈등이 지속하고 있다. 황재균의 공개 반발 이틀 전에는 류현진(한화 이글스)의 일부 투구 추적 데이터가 이례적으로 언론에 공개됐다. 류현진이 ABS 관련 불만을 공개적으로 드러내자, KBO가 이를 정면 반박한 것이다. KBO는 류현진이 의문을 제기한 투구를 두고 "ABS 중간 존 하단을 0.15㎝ 위로 통과했으나 ABS 끝 면 존 하단을 0.78㎝ 차이로 통과하지 못해 (스트라이크가 아닌) 볼 판정을 받았다"고 부연하기도 했다. ABS에선 홈플레이트 중간과 끝, 두 곳에서 상하 높이 기준을 충족해야 스트라이크로 판정된다. KBO의 자료 공개로 인해 류현진의 불만은 '근거 없는 투정'이 됐다. 복수의 구단 관계자는 "선수가 틀렸다는 데이터를 공개해 논란이 수그러드는 것보다 갈등이 심화하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실제 류현진의 자료 공개 이틀 뒤 황재균이 반발하면서 ABS를 향한 선수들의 불만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KBO는 류현진의 자료 공개에 대해 "ABS 결과가 이상하다면 구단 차원에서 이를 KBO에 문의하는 게 많다. 이 경우 구단에 답변하지만 류현진은 언론을 통해 (ABS 문제를) 제기했다. 그래서 언론을 통해 답변한 거"라고 밝혔다.황재균과 류현진이 리그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향후 선수협 입장 표명에도 작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선수협과 KBO의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 이에 따른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선수협 관계자는 "ABS 준비가 미흡했다.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했다. KBO 관계자는 "문제가 있으면 (관련 부분을) 설명하면서 갈 수밖에 없을 거 같다"고 말했다.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4.04.29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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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판 간격이 너무 길었나, 볼이 2배 더 많았던 클로저···결과는 허무한 8연패

롯데 자이언츠가 어렵게 동점을 만들고서 곧이어 허무하게 경기를 내줬다. 믿었던 마무리 투수가 무너지면서다. 롯데는 지난 1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홈 경기에서 5-6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지난 9일 삼성 라이온즈전부터 최근 8연패다. 선두 KIA 타이거즈와는 11경기 차로 벌어졌고, 9위 KT 위즈에도 1경기 뒤진 최하위에 머무르고 있다. 롯데는 이날 2회 박승욱의 선제 2점 홈런으로 앞섰지만, 2회 2점-3회 1점을 뺏겼다. 5회 전준우의 솔로 홈런으로 동점을 만들더니, 6회 문보경에게 2점 홈런을 맞아 패색이 짙어졌다. 롯데는 3-5로 뒤진 9회 말 선두 타자로 나선 대타 김민성이 2루타를 치고 나가 포문을 열었고, 후속 이정훈의 1타점 적시타로 4-5 턱밑까지 추격했다. 4~5번 빅터 레이예스와 전준우는 각각 삼진과 범타로 물러나 그대로 경기가 끝나는가 했지만, 2사 3루에서 최항-박승욱-손호영의 3연속 볼넷으로 극적인 동점에 성공했다. 롯데의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마무리 김원중이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는 동안 1피안타 2볼넷 1실점으로 고개를 떨궜다 김원중은 2020년부터 롯데의 마무리로 활약하고 있다. 통산 109세이브를 올린 국가대표 불펜 출신이다. 다만 김태형 롯데 감독은 이날 경기 전 김원중의 경기 감각을 우려했다. 지난 10일 삼성 라이온즈전 이후 등판이 없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이기는 경기가 없어 좀처럼 등판 기회가 없다. 등판 간격이 너무 길어지면 안 된다"며 "김원중의 등판 시점은 투수 코치가 잡을 것"이라고 했다. 김원중은 일주일 만에 마운드에 올랐다. 김원중은 9회 말 선두 타자 박해민과 6구 승부에서 시속 146km 직구를 얻어 맞고 출루를 허용했다. LG는 신민재 타석에서 희생번트 작전을 펼쳤으나 1구 번트 파울 후 연속 4개의 볼을 던져 무사 1, 2루 위기를 맞았다. LG는 홍창기 타석에서도 역시나 희생 번트 작전을 냈으나, 이번에도 김원중이 제대로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했다. 이번에도 볼넷, 무사 만루가 됐다. 롯데는 안익훈 타석에서 극단적인 전진 수비를 펼쳤으나, 그가 친 타구가 유격수 키를 살짝 넘겨 외야로 향했다. 롯데 중견수 김민석이 달려 나와 가까스로 잡았으나 포구 자세가 불안정했다. 박해민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태그업 후 홈으로 쇄도했다. 김민석의 송구가 간결하고 재빠르게 이뤄질 수 없었다.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한 박해민의 손이 먼저 홈플레이트를 찍었다. 김원중도, 롯데도 고개를 떨굴 수밖에 없었다. 김원중은 이날 스트라이크는 6개뿐이었고, 반면 볼은 12개였다. 33.3%, 마무리 투수에게는 너무나도 치명적인 스트라이크 비중이다. 김원중의 올 시즌 성적은 2패 2세이브 평균자책점 2.25로 나쁘지 않다. 하필이면 팀 연패 기간에 무너졌다. 센스 있는 주루 플레이로 끝내기 득점을 올린 박해민은 김원중의 수 차례 견제구에 대해 "도루 생각이 없어 '견제구에 죽지만 말자'고 생각했다. 오히려 상대 투수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고 리드폭을 조정했다"고 말했다. 이형석 기자 2024.04.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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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저스 1선발 '초고속 커브'와 124승 전설의 80km '슬로우 커브', 원태인 비밀무기 기대 UP [IS 인터뷰]

"더 연습해봐야죠."27일 잠실 LG 트윈스전에 선발 등판한 원태인(삼성 라이온즈)은 이날 '비장의 무기'를 꺼내 들었다. 일주일 전, 미국 메이저리그(MLB)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 개막전 선발인 타일러 글래스노우에게 배웠다는 커브를 이날 선보인 것. 9개의 커브 중 스트라이크존 기준으로 스트라이크는 5개, 볼은 4개 기록했다. 이날 원태인은 최고 149㎞/h의 빠른 직구와 함께 최저 102㎞/h까지 떨어지는 커브를 섞어 던지며 LG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었다. 아직 영점이 제대로 잡히지 않는 모습이었지만, 구속의 차이와 각도로 타자들의 타격 타이밍을 뺏는 최적의 무기가 될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튿날(28일) 만난 원태인은 "청백전, 연습경기에서 던지는 거와 실전은 확실히 다르더라. 생각했던만큼 제구가 잘 되지는 않았다"라고 전날의 커브를 돌아봤지만, 이내 "이전 경기에선 한두개 던지는 데 그쳤는데, 어제는 9개나 던졌다. 비중을 높였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싶다"라고 말했다. 사실 글래스노우에게 배웠던 커브와 전날 원태인이 던진 커브는 조금 달랐다. 원태인의 말에 따르면, 글래스노우가 던지는 커브는 '파워 커브'로 조금 더 구속이 빠른 구종이다. 140㎞/h대에 육박한다. 원태인이 활용한 커브는 슬로우 커브에 가까웠다. 원태인은 "스프링캠프 때부터 정민태 투수코치님과 커브를 많이 연습했다. 타자들의 스윙 타이밍을 뺏을 수 있는 느린 커브를 훈련했다"라고 전했다. 정민태 코치는 선수 시절 150㎞/h대의 강속구와 80㎞/h대까지 떨어지는 느린 커브를 앞세워 KBO리그 통산 124승을 거둔 투수 출신 지도자. 원태인은 124승 전설의 커브 조언을 받으며 새 시즌을 준비했다. 원태인은 "글래스노우에게 배운 건 파워 커브였다. 계속 연습은 하는데, 아직 실전에서는 무리라는 생각이 든다. 슬로우 커브는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같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원태인은 이 슬로우 커브를 90㎞/h대까지 떨어뜨리는 것을 목표로 더욱 연마하겠다고 말했다. 박진만 삼성 감독도 원태인의 신무기 장착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박진만 감독은 "아직 제구가 왔다갔다 하는 것 같은데, 자기 공으로 만드는 과정이다. 감각이 생기고 위압감을 높이는 구종이라면 당연히 써야하는 공이다. 구종이 다양하면 타자들을 상대하기에도 수월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높였다. 잠실=윤승재 기자 2024.03.29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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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중현의 야구 톺아보기] 양현종의 ABS 예상과 류현진의 72.6인치 커브

올 시즌 KBO리그에는 '로봇 심판'으로 불리는 자동 볼 판정 시스템(ABS·Automatic Ball-Strike System)이 적용된다. 심판이 자의적으로 판단한 기존 방식이 아니라 야구장에 설치된 전용 카메라로 볼과 스트라이크를 나눈다. 공의 위치와 궤적 등을 파악한 뒤 이어폰 등을 통해 결과가 전달되면 심판이 이를 듣고 그대로 판정하는 구조다.한국야구위원회(KBO)가 발표한 시행 세칙에 따르면 홈플레이트 중간과 끝 두 곳에서 상하 높이 기준을 충족해야 스트라이크로 판정된다. 상단은 선수 신장의 56.35%, 하단은 27.64%가 적용된다. 키가 1m80㎝인 선수라면 상단은 101.43㎝, 하단은 49.75㎝, 1m90㎝는 상단과 하단이 각각 107.7㎝, 52.52㎝다. 좌우 기준은 홈 플레이트(43.18㎝)에서 좌우 2㎝ 확대 적용되며 어느 일부분이 스치기만 해도 스트라이크로 선언된다.현장에선 홈 플레이트에서 움직임이 큰 변화구가 유리할 거라는 얘기가 나온다. 포수의 포구 순간 낮게 떨어지더라도 ABS 스트라이크 기준 센서점만 통과하면 심판 손이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KBO리그 통산 168승을 기록 중인 양현종(KIA 타이거즈)은 "(종으로 떨어지는) 커브가 가장 유리할 거 같다"고 예상했다. 그는 "커브 던지는 횟수가 없었는데 커브 비율을 작년보다 높여야 살아남을 수 있을 거 같다"며 "곽빈(두산 베어스)이나 박세웅(롯데 자이언츠)처럼 커브를 제2의 구종으로 던지는 투수들이 조금 유리하지 않을까. 커브가 ABS 도입의 가장 큰 포인트"라고 부연했다. 야구통계전문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양현종의 지난 시즌 커브 구사율은 전체 구종 대비 2.5%였다. 커브의 가치가 올라갈 것으로 전망되면서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한화 이글스)에게 더욱 큰 관심이 쏠린다. ABS는 미국 메이저리그(MLB)와 일본 프로야구(NPB)에서 활용하지 않고 있다. 지난 22일 한화와 계약, KBO리그 복귀를 선택한 류현진도 이제 ABS에 적응해야 한다. 커브 위력을 부쩍 향상했다는 걸 고려하면 나쁘지 않다. MLB 통계 사이트 베이스볼서번트에 따르면, 지난해 류현진의 커브 비율은 전년 대비 3.9%포인트(p) 내린 17.1%였다. 비중은 약간 줄었으나 헛스윙 비율은 13.3%에서 35.2%로 크게 향상했다.커브를 최소 100구 이상 던진 MLB 투수 중 커브 수직 무브먼트(Vertical Movement)가 72.6인치(1m84.4㎝)로 1위였다. 백스핀(backspin·역회전)이 걸리는 패스트볼과 달리 커브는 톱스핀(topspin)의 영향을 받는다. 날아가면서 공이 가라앉는데 수직 무브먼트가 크다는 건 그만큼 정점과 낙점의 차이가 크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ABS에 유리한 구종이 커브라면 류현진은 이에 최적화한 투수다. 최정상급 기량에 한 가지 무기가 더해지는 셈이다. 그는 "일단 통과하는 (스트라이크) 존을 먼저 파악해야 할 거 같다. 그 부분이 첫 번째"라며 "어느 정도 감이 잡히면 충분히 (ABS에) 적응하지 않을까 한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스포츠1팀 2024.02.26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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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포커스] 나이 먹었다? 느려졌다? 닥터 K '괴물' 구위, 방심하지 마라

12년 만에 돌아올 탈삼진왕의 구위는 과연 건재할까.지난해까지 메이저리그(MLB)에서 뛴 류현진(37)은 올해 KBO리그 친정팀인 한화 이글스 복귀가 유력하다. 계약 규모는 4년 170억원 이상으로 점쳐진다.핵심은 30대 후반에 접어드는 류현진의 구위다. 류현진은 KBO리그 7년 동안 탈삼진만 1238개를 쌓았다. 탈삼진왕 수상이 5차례에 달했다. 21세기 일곱 번 밖에 나오지 않은 한 시즌 200탈삼진 중 두 번이 류현진(2006, 2012년)이었다.다만 그때로부터 12년이 지났다. 아무리 현역 메이저리거였다 해도 타자들을 압도하기 힘들 것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류현진은 지난해 MLB 타자들을 압도하진 못했다. 2013년 평균 146.5㎞/h를 기록했던 구속이 두 차례 수술(어깨, 팔꿈치)을 거치고 나이가 들면서 떨어졌다. 구속은 리그 하위 2%(평균 142.9㎞/h)에 그쳤고 헛스윙 비율도 하위 13%(21.1%) 타석 당 탈삼진 비율도 하위 11%(17%)에 그쳤다. 대신 완성도는 더 높아졌다. 류현진은 KBO리그 마지막 해(2012년) 직구와 체인지업만으로 리그를 압도했다. 한용덕 당시 투수 코치를 통해 슬라이더를 추가한 게 화제가 될 정도로 결정구가 단조로운 편이었다. 그러나 MLB 진출 후 매년 구종을 새로 장착했고, 2019년을 기점으로 커브와 커터를 자유자재로 구사 중이다. 느려진 구속으로도 사이영상 투표에서 2위(2019년) 3위(2020년)를 기록한 비결이다.2022년 MLB에서 KBO리그로 돌아온 김광현과도 비교가 가능하다. 김광현은 2021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뛸 때 평균 구속이 리그 하위 6%(143.4㎞/h)에 불과했다. 헛스윙 유도(21.7%·하위 17%)와 타석당 탈삼진 비율(17.7%·12%)에서도 류현진과 지표가 비슷했다.하지만 김광현은 복귀 후 충분히 KBO리그 타자들을 압도했다. 2022년 그는 평균자책점 2.13(2위)과 탈삼진 153개를 기록했다. 9이닝당 탈삼진 기준 2021년 6.75개에서 2022년 7.94개로 1개 이상 늘었다. 직구 구위는 조금 떨어져도 주 무기 슬라이더를 1구종으로 높여 KBO리그 타자들의 노림수를 깬 게 통했다. 지난해 류현진의 9이닝당 탈삼진 역시 6.58개로 2년 전 김광현과 비슷했다.류현진은 김광현과도 다르다. 직구와 슬라이더 비중이 높았던 김광현(2021년 기준 두 구종 합계 78.6% 구사)과 달리 지난해 기준 직구(31.7%) 체인지업(22.8%) 커터(18.9%) 커브(17.1%) 싱커(9.5%)를 고루 던졌다. 5개 구종을 스트라이크존 코너에 제구해서 던진다. 타자 입장에서는 5개 구종을 모두 노려야 하니 콘택트가 쉽지 않다. 구속이 느려졌더라도 올해 류현진의 '탈삼진 쇼'를 기대할 수 있는 이유다. 한 가지 긍정적인 요소가 더 남았다. 지난해 류현진의 성적은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마친 후 약 1년 만에 복귀해서 남긴 결과였다. 1년 반 이상 재활에 전념하는 다른 투수들과 비교해 다소 빨랐다. 회복의 여지가 남은 만큼 올 시즌 구속이 더 회복될 가능성이 남았다. KBO리그 역사상 30세 이상의 한국인 투수가 탈삼진 1위를 기록한 건 1983년 '30승 투수' 장명부(220개·당시 33세)가 유일했다. 류현진이 12년 만에 타이틀을 되찾는다면 41년 만에 '최고령 닥터 K'의 새 역사를 쓰게 된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4.02.2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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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승 에이스'에서 다시 선발 경쟁으로...최원준 "경쟁, 이길 자신 있다"

어찌보면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왔다. 그래도 최원준(30·두산 베어스)은 "자신 있다"고 외쳤다.최원준은 지난해 3승 10패 평균자책점 4.93으로 부진했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 동안 30승 19패 평균자책점 3.55로 호투했던 안정감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결국 시즌 중 선발 로테이션에서 탈락하는 수모도 겪었다.장점인 하이패스트볼(높은 스트라이크존에 꽂는 직구) 위력이 이전만 못했다. 직구 평균 구속은 2021년 138.3㎞/h에서 지난해 137.2㎞/h까지 소폭 떨어졌고, 같은 기간 구종 피안타율은 0.244에서 0.308로 급증했다. 지난해 기준 직구(구사율 52.8%) 슬라이더(구사율 30.8%) 두 구종만으로 경기를 풀어갔던 최원준이다. 직구가 흔들리면서 당연히 한계가 생겼다.올해는 다시 경쟁에 들어간다. 두산은 이미 라울 알칸타라, 브랜든 와델, 곽빈, 최승용을 선발 투수로 기용할 예정이다. 남은 선발 자리는 단 하나. 최원준과 이영하, 김동주 등이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김동주는 지난해 전반기 활약했고, 이영하도 전성기 활약이 최원준 못지 않다. 지난 2019년 17승을 거뒀던 강속구가 건재하다. 최원준은 본지와 통화에서 "지난해 부진했던 성적은 프로라면 당연히 자존심 상해야 하는 게 맞다. 내가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내게도 큰 경험이고, 공부가 되는 시즌이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경쟁하려면 부활해야 한다. 변화로 부활을 모색 중이다. 신진급 선수들이 주로 가는 마무리 훈련도 소화했다. 새로 두산에 온 조웅천 투수 코치와 구슬땀을 흘렸다. '투 피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최원준은 "마무리 캠프 때 조웅천 코치님과 대화를 많이 나눴다. 슬라이더 비중을 줄이고, 커브와 체인지업 비중을 높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많이 던지지 않았던 구종들이다. 바로 위력을 기대할 순 없지만, 효과는 얻을 수 있다. 최원준은 "갑자기 체인지업에 큰 낙차가 생기진 않을 거다. 그래도 구사율을 높이고, 타자들이 대처하면서 땅볼이 늘어난다면 그것만으로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뜬공 유도가 많았던 그가 3, 4구종으로 땅볼을 유도한다면 효율성이 높아질 거란 계산이다. 그는 "기존 하이 패스트볼과 터널링이 달라 어려운 부분도 있다. 공 배합을 잘 하고, 스트라이크 카운트를 잡는 데 활용해보려 한다"며 "조웅천 코치님께서도 '안타가 나오더라도 땅볼이면 성공'이라며 자신감을 심어주셨다. 스프링캠프 동안 최대한 던져보고, 청백전에서 상대해 본 타자들의 느낌도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스프링캠프를 앞둔 이달에는 일본으로 건너 가 개인 훈련도 소화했다. 최원준은 "일본에서 요미우리 자이언츠 소속 왼손 사이드암스로 투수인 다카나시 유헤이와 함께 운동하고 캐치볼도 했다. 다카나시와 야구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타자를 어떻게 상대하는지 들은 게 도움이 됐다"며 "내 힘을 야구적으로 어떻게 써야 할지, 어떻게 폭발력을 낼 수 있을지도 많이 배웠다. 구속을 키우기 위해 12월부터 웨이트 무게도 올렸다"고 했다. 2020년 이후 처음으로 뛰어든 선발 경쟁이다. 쉽지 않지만, 자신감은 충분하다. 최원준은 "후배들과 선발 경쟁에서 이길 자신이 있다. 가장 잘하는 사람이 차지하는 게 맞다. 꼭 경쟁에서 이겨 자리를 차지하겠다"고 했다.잠시 경쟁자가 됐지만, 앞서 3년 동안 두산 마운드를 이끌었던 최원준이다. 곽빈, 최승용 등 후배들에게 아낌없이 조언도 해왔다. 곽빈은 그를 두고 "2021년부터 언제나 (최)원준이 형과 룸메이트였다. 원준 형 덕분에 이 위치까지 왔다고 생각한다"며 "형과 항상 같이 자고, 붙어 다니면서 (투구에 대해) 궁금할 때마다 질문했다. 내가 못 던져서 답답해할 때 많이 도와주셨다. 형의 노하우를 들은 게 쌓이고 쌓이다 보니 지금 성적이 나오는 것 같다. 형에게 너무 많이 배워서 하나를 꼽기가 어렵다. 하나부터 열까지 상황에 맞는 플레이를 가르쳐주셨다"고 했다.이제는 최원준이 되살아날 차례다. 그는 "빈이는 정말 아끼는 후배다. 당연히 나보다 능력이 좋다는 걸 인정한다. 더 잘 될 수 있는 투수고, 방심하지 않고 올해도 잘 준비하고 있다"며 "서로 의지를 많이 한다. 둘 다 잘해서 팀이 좀 더 높은 데 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4.01.29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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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용의 G플레이] 넥슨의 글로벌 신병기 '엠바크 스튜디오'

넥슨이 올해 매출 4조원을 넘보고 있다. 현실이 된다면 국내 게임사 중 처음이다. 경쟁사들이 부진한 가운데 나 홀로 독주 중인 넥슨이지만 글로벌에서 입지를 넓혀야 하는 어려운 숙제를 안고 있다. 그나마 중국을 비롯해 동양권에서는 성과를 내고 있지만 북미·유럽 등 서구권에서는 여전히 도전자의 위치에 있다. 넥슨은 도전자에서 정복자가 되기 위해 해외 개발 자회사 엠바크 스튜디오를 전초기지로 삼아 서구권 공략에 시동을 걸었다. 선발 주자는 ‘더 파이널스’다. 서구권 정조준 ‘더 파이널스’ 인기몰이 중 12일 업계에 따르면 스웨덴 스톡홀름에 둥지를 튼 넥슨의 개발 자회사 엠바크 스튜디오(이하 엠바크)의 신작 ‘더 파이널스’가 출시 초반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더 파이널스는 지난 8일 PC와 콘솔용으로 출시된 팀 기반 FPS(1인칭슈팅) 게임이다. 출시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지난 10월 26일부터 11월 6일까지 스팀, 플레이스테이션5, X박스 시리즈 XlS에서 진행된 오픈 베타 테스트에서 누적 이용자 750만명을 기록했다. 글로벌 PC 게임 서비스 플랫폼인 스팀에서 최고 동시접속자 약 27만명, 최다 플레이 게임 3위, 위시리스트 1위를 기록했다. 이 같은 호응은 정식 출시 이후에도 이어지고 있다. 스팀에서 12일 기준으로 최고 인기 게임(판매 수익순) 5위, 최다 플레이 게임 5위(일일 플레이어 수)를 각각 달리고 있다. 출시 이후 최다 동시접속자 수 24만2619명이다. 모회사가 한국인 해외 자회사의 신작 FPS 게임이 ‘카운터스트라이크2’ ‘도타2’ ‘에이펙스 레전드’ 등 글로벌 인기작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은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 이후 더 파이널스가 처음이다. 더 파이널스는 기존 FPS 게임과 확실히 차별화한 작품이다. 이 게임은 가상현실에서 대회를 진행하는 콘셉트로, 서울·모나코·라스베이거스 등 실제 명소들을 배경으로 한 무대에서 결승에 진출해 최종 승자가 되기 위한 참가자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게 된다. 가장 큰 차별점은 자유로운 폭파 매커니즘을 통해 한계 없는 슈팅 액션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고정된 문을 사용하지 않고 벽을 부수고 길을 만들거나 건물 바닥을 폭파시켜 층고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다. 엠바크의 랍 루네쏜 총괄 프로듀서는 “현재 서비스되는 슈팅 게임들은 대체로 기존 방식 위에 약간의 변형을 주는 데 머물러 있다”며 “고정된 틀에서 벗어난 아예 새로운 형태의 게임을 만들고 싶었고, 이를 위해 이용자 행위에 따른 동시다발적인 파괴 메커니즘을 구현하는 것을 가장 큰 목표로 삼았다”고 말했다.더 파이널스는 24명이 8팀으로 나뉘어 금고를 확보하고 지키는 ‘토너먼트’, 9명이 부담 없이 플레이하는 ‘퀵 캐쉬’, 48명이 경쟁하는 ‘랭크 토너먼트’, 4팀이 가장 많이 코인을 모아야 하는 ‘뱅크 잇’ 등의 모드를 제공한다. 또 시즌제가 도입돼 정식 출시와 함께 시즌1이 시작됐다. 이번 시즌에서는 라스베이거스를 배경으로 한 신규 맵을 만나볼 수 있는데, 전장의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는 역동성을 지니고 있다. 이용자 취향에 따라 캐릭터를 꾸미는 코스튬 시스템도 제공하며, 레벨을 올리며 96개의 다채로운 보상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배틀패스’ 시스템도 준비했다. 선봉장 엠바크…“강력한 성공 IP 기대” 더 파이널스는 넥슨의 해외 개발 자회사인 엠바크가 설립 이후 처음으로 내놓은 신작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특히 넥슨이 엠바크를 서구권 공략을 위한 신병기로 점찍고 인수까지 하며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상황에서 더 파이널스의 선전은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넥슨은 지난 2018년 11월 엠바크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고, 2019년 7월에는 지분 투자를 확대해 아예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넥슨의 유일한 해외 개발 자회사다. 넥슨이 엠바크를 자회사로 낙점한 것은 축구 게임 ‘피파온라인’으로 인연을 맺은 글로벌 게임사 EA의 핵심 타이틀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베테랑 개발자들이 포진해 있었기 때문이다. 패트릭 쇠더룬드 엠바크 대표의 경우 1997년 배틀필드 개발사인 EA DICE의 대표로 합류해 2018년까지 관련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배틀필드 시리즈’가 명작 FPS 게임으로 자리를 잡는 데 기여했다. 배틀필드는 2002년 ‘배틀필드 1942’를 시작으로 2021년 ‘배틀필드 2042’까지 16개의 후속작(확장판 제외)이 나올 정도로 글로벌 인기 FPS 게임이자 장수 IP(지식재산권)이다. 넥슨 관계자는 “엠바크는 EA의 명작 ‘배틀필드’를 개발한 실력 있는 개발자들이 중심을 이루고 있는 개발사라는 점에서 투자하게 됐다”며 “내부적으로 굉장히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엠바크는 해외 중에서도 웨스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선봉장”이라며 “강력한 성공 IP가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엠바크는 더 파이널스에 이어 ‘아크 레이더스’도 글로벌 기대작으로 준비하고 있다. 아크 레이더스는 척박한 환경 속에서 필요한 물자를 모아 탈출하는 콘셉트의 3인칭 PvPvE 슈팅 게임이다. 회사 측은 “지난 6월 진행한 비공개 알파 테스트에서 참여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며 “현재 완성도를 높이는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4조 게임사’ 필수조건 글로벌 넥슨이 서구권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명백하다. 명실공히 ‘글로벌 게임사’로 우뚝 서기 위해서, 또 4조원대의 안정적인 실적을 내기 위해서 넥슨의 불모지인 북미·유럽에서의 성과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넥슨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 3조742억원, 영업이익 1조1815억원을 각각 달성했다. 4분기 예상 매출이 7928억~8671억원 가량인 것을 감안하면 연간 매출은 4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북미·유럽의 실적이 뒷받침된다면 4조원을 넘을 수 있다. 하지만 북미·유럽에서의 성과는 아직 미미하다. 넥슨의 국내외 매출 비중을 보면 3분기 기준으로 한국이 63%로 가장 높고, 중국(20%), 북미·유럽(7.4%), 동남아·기타(7%), 일본(2.6%) 등의 순이다. 해외 매출 중 대부분(29.6%)이 동양권에서 나왔다. 이에 넥슨은 오래 전부터 서구권 등 글로벌 영토 확장을 위해 개발 역량을 높이고 신작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결실이 하나둘 나오기 시작해 더 파이널스를 비롯해 차세대 글로벌 트리플 A급 게임 ‘퍼스트 디센던트’, 넥슨의 서브 게임 브랜드 민트로켓이 올해 흥행에 성공한 ‘데이브 더 다이버’를 잇는 차기작 ‘낙원’ 등이 내년 출격을 준비하고 있다. 모두 글로벌을 정조준한 작품들이다. 업계 관계자는 “넥슨의 글로벌 기대작들이 내년에 여럿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 신작들이 서구권에서 성공한다면 넥슨은 명실상부한 4조원을 넘어서는 글로벌 게임사로서 입지를 다질 것”이라고 말했다. 권오용 기자 bandy@edaily.co.kr 2023.12.13 06:00
프로야구

[준PO 1] 첫 가을야구에서 존재감 드러낸 '체인지업 마스터'

'체인지업 마스터' 신민혁(24·NC 다이노스)이 개인 첫 가을야구에서 존재감을 뽐냈다.NC는 22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의 준플레이오프(준PO·5전 3승제) 1차전을 4-3으로 승리했다. 역대 준PO 1차전 승리 팀의 플레이오프(PO) 진출 확률은 87.5%(32회 중 28회·양대리그 포함). 시리즈가 5차전으로 열린 준PO로 범위를 좁히면 14회 중 10회로 71.4%다.승리의 일등 공신은 0-0으로 맞선 8회 초 결승 대타 투런 홈런을 터트린 김성욱이었다. 하지만 선발 신민혁의 역할도 꽤 인상적이었다. 이날 신민혁은 SSG 외국인 투수 엘리아스(8이닝 4피안타 2실점)와의 맞대결에서 밀리지 않았다.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아쉽게 놓쳤지만, 실점 없이 아웃카운트 17개를 책임졌다. 자신 있는 무기 체인지업을 적재적소 활용했다. 야구통계전문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신민혁의 올 시즌 체인지업 비중은 41.1%로 직구(26.4%)보다 월등히 높았다. 2021년 개인 최다 9승을 따내며 규정이닝을 넘겼을 때도 활약 비결로 체인지업이 꼽혔다. 오른손 투수의 체인지업은 왼손 타자 기준 바깥쪽으로 흘러 나간다. 신민혁은 체인지업을 왼손 타자의 배트를 유인하는 미끼로 활용하면서 오른손 타자 몸쪽으로도 과감하게 찔러 활용 폭을 넓혔다. 체인지업이 그날 어떻게 들어가느냐에 따라서 투구 내용이 180도 달라졌다.준PO 1차전에선 마음먹은 대로 체인지업을 꽂았다. 투구 수 87개 중 체인지업이 32개로 가장 많았다. 직구와 컷 패스트볼(커터)은 각각 28개와 22개. 1회 말 1사 후 박성한에게 뽑아낸 경기 첫 삼진의 결정구도 체인지업이었다. 신민혁은 체인지업으로 수 싸움을 복잡하게 만들기도 했다. 2회 말 1사 후 한유섬 타석에선 체인지업으로 타격 템포를 빼앗은 뒤 직구로 헛스윙 삼진을 뽑아내기도 했다. 체인지업의 비중을 높게 유지하되 무리하게 의존하지 않았다. 3회 말 1사 2·3루에선 체인지업과 커터, 4회 말 무사 1·2루에서도 체인지업과 커터로 위기를 탈출했다. 제구까지 빼어나니 공략이 더 어려웠다.신민혁은 경기 뒤 "스트라이크 비율을 높여 던졌던 게 주효했다. 첫 PS 등판이었고, 아침에 야구장 오면서 긴장됐다. 하지만 경기가 시작되고 나서는 크게 긴장하지 않았다. 코스마다 잘 제구해 땅볼을 유도하려고 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인천=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3.10.22 17:20
프로야구

[IS 피플] "구원자의 느낌" 20승·200K 달성한 페디의 '무기'

NC 외국인 투수 에릭 페디(30)가 KBO리그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페디는 "스위퍼(Sweeper)로 한국에서 성공을 이뤄냈다. 너무나 감사한 구종"이라고 말했다.페디는 10일 창원 한화 이글스전에 선발 등판, 6이닝 6탈삼진 무실점 쾌투로 시즌 20승과 200탈삼진을 동시에 달성했다. 앞선 두 번의 등판에서 승패 없이 물러났지만 '천적' 한화(4승 평균자책점 1.42)를 제물로 대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KBO리그 역사상 '시즌 20승과 200탈삼진'을 정복한 선수는 페디가 역대 5번째. 1986년 선동열(당시 해태 타이거즈) 이후 37년 만이자 외국인 투수로는 사상 처음이다. 다니엘 리오스·더스틴 니퍼트를 비롯해 시즌 20승을 해낸 외국인 투수(역대 6명)는 있었지만, 모두 200탈삼진에는 미치지 못했다.KBO리그에선 시즌 20승(역대 22명)보다 200탈삼진(역대 14명)을 달성하기 더 어렵다. 시즌 최대 30번 안팎의 선발 등판을 한다면 경기당 7개 정도의 탈삼진을 꾸준히 쌓아야 한다. 페디는 전반기 15경기에서 삼진 109개를 기록, 안우진(키움 히어로즈·130개)에 이은 2위였다. 안우진이 팔꿈치 부상으로 시즌 아웃된 9월 이후 탈삼진 1위를 탈환하더니 페이스를 끌어올려 200탈삼진마저 넘어섰다. 페디의 9이닝당 탈삼진은 9.91개로 안우진(9.80)과 웨스 벤자민(KT 위즈·8.80개)에 앞선 리그 1위다. 페디가 많은 삼진을 잡아낸 비결 중 하나는 '스위퍼'다. 변형 슬라이더의 일종인 스위퍼는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의 주 무기로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활용 빈도가 점차 늘고 있다. 지난해 MLB에서 뛴 페디는 시즌이 끝난 뒤 미국 애리조나 야구 관련 종합 프로그램 시설 푸시 퍼포먼스(Push Performance)에서 몸을 만들었다. 여기서 흥미를느껴 장착한 신무기가 바로 스위퍼다. NC와 계약하며 태평양을 건넌 페디는 스위퍼를 KBO리그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어느 정도 통한다는 자신감을 얻은 뒤 구종 비율을 늘렸다.200탈삼진 기준 결정구 비중이 가장 큰 구종도 스위퍼다. 올해 페디가 스위퍼를 결정구로 던져 잡은 삼진이 91개로 절반에 이른다. 투심 패스트볼(56개) 체인지업(33개) 컷 패스트볼(20개)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홈플레이트 앞에서 좌우 움직임이 큰 스위퍼로 타자의 배트를 유인한다. A구단 전력분석원은 "페디의 피치 디자인을 보면 좌우로 찢는 성향이 크다. 상하의 무브먼트보다 좌우가 중요한데 스위퍼를 장착하면서 (좌우로 궤적이) 벌어지는 게 더 커졌다"고 분석했다. 투심 패스트볼과 적절하게 섞어 스트라이크 상하좌우를 모두 활용한다.페디는 "내게 스위퍼란 항상 기대할 수 있는 구종이다. 사람으로 봤을 때 구원자의 느낌이라고 볼 수 있다"며 "앞으로도 계속 이 구종을 쓸 거다. (결과가 이렇게 좋은데)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을까"라며 웃었다.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3.10.12 05:30
프로야구

돋보이는 67.9%와 1.48개, '5강 희망' 롯데의 '구원 투수' 윌커슨

후반기에 합류한 애런 윌커슨은 롯데 자이언츠의 연패 스토퍼이자 구세주다. KBO리그 입성 후 8경기에서 4승 1패 평균자책점(ERA) 2.03을 기록하고 있다. 팀 동료 찰리 반즈(1.43)에 이어 후반기 평균자책점 2위. 올스타 휴식기에 합류해 리그 적응 기간이 아주 짧았던 점을 고려하면 놀라운 중간 성적표다. 최근 1점대 평균자책점을 이어온 윌커슨은 지난 5일 울산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6이닝 6피안타 3실점 했다. 5-1로 앞선 5회 초 1사 1, 2루에서 유격수 노진혁의 실책성 플레이 탓에 아쉬움이 컸다. 윌커슨의 영입은 롯데가 던진 마지막 승부수다. 롯데는 올스타 휴식기인 7월 18일 댄 스트레일리(3승 5패 평균자책점 4.37)를 방출하고, 윌커슨과 총액 35만 달러(4억 7000만원)에 계약했다. 마이너리그 통산 58승 31패 평균자책점 3.42를 올렸고, 독립리그와 일본 프로야구를 경험했다. 대학 졸업 후 프로 구단 지명을 받지 못해 식료품점에서 일한 독특한 이력까지 있다. 윌커슨은 롯데가 포스트시즌 진출 희망을 이어가도록 '구원 투수' 역할을 하고 있다. 경기당 평균 6이닝을 투구하며 불펜진의 부담을 줄여주고 있다. 전반기 평균자책점 4.57로 퇴출 후보로 거론된 반즈가 후반기 환골탈태하는 자극제 역할도 한다. 윌커슨은 첫 등판이던 7월 26일 두산의 12연승 도전을 가로막는 동시에 팀 3연패를 끊으며 KBO리그에 화려하게 입성했다. 지금까지 3연패 두 차례, 7연패 한 차례를 끊는 '연패 스토퍼' 역할을 맡았다. 롯데는 윌커슨의 합류 덕에 5강 희망을 이어가는 셈이다. 윌커슨은 구위가 압도적인 유형은 아니다. 전체 구종의 37%를 차지하는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143.6㎞/h다. 분당 회전수도 2117.8로 리그 평균보다 낮지만, 피안타율은 0.154밖에 되지 않는다. 그는 슬라이더(18.2%) 체인지업(13.3%) 커브(13.8%) 커터(17.7%) 등 여러 구종을 능수능란하게 던진다. 윌커슨의 진짜 무기는 커맨드(원하는 곳으로 던지는 제구력)에 있다. 공이 한가운데로 몰리지 않고,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을 두루 활용한다. 특히 우타자 기준 바깥쪽 승부에 강하다. 그의 스트라이크 비중은 67.9%다. 올 시즌 45이닝 이상 던진 투수 90명 중 네 번째로 높다. 9이닝당 볼넷은 1.48개로 최소 2위에 올라있다. 이런 공격적인 투구로 상대를 제압한다. 윌커슨은 "초구 스트라이트를 잡아야 승부를 쉽게 풀어갈 수 있다. 최대한 빠른 템포로 던져 야수진이 힘들지 않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말에 그의 스타일이 담겨 있다. 이형석 기자 2023.09.06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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